떠나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학교로!
시흥 군서초등학교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하고 있는 군서초등학교는 몇 년 전만 해도 전출자가 가장 많은 학교 중 하나였다.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인해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학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학교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 군서초등학교가 최근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전출자 수가 크게 줄고, 어느새 떠나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학교가 된 것이다.
이는 군서초등학교가 작년 시흥혁신 교육지구 학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삼아 ‘학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자 한 교직원들의 열정과 행정실 직원들의 지원 덕분이다. 거기에 지역사회의 아낌없는 성원과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까지 어우러져 이뤄낸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부임한 윤치섭 교장은 저소득층가정이나 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엇보다도 인성교육에 힘을 실어 군서초등학교를 ‘실력을 다지고 꿈을 키우는 건강한 학교(Head, Hope, Health)’로 이끌어가고 있다.
독서를 통한 학력신장의 길
인성교육과 학력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윤치섭 교장이 특히 주력하고 있는 것은 바로 독서교육이다. 윤치섭 교장은 “어떤 책을 읽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여 독서하는 습관을 먼저 길러야 한다”며 “독서하는 습관이 생기면 창의력과 어휘력이 높아지고 문장이해력 또한 좋아져 자연스럽게 학력향상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윤치섭 교장의 교육철학 아래 군서초등학교는 ‘꿈여울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꿈여울 독서 프로그램은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무조건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과 흥미를 고려하여 도서를 권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더불어 전교생과 교사가 아침에 30분씩 함께 책을 읽는 ‘틈새 독서 운동’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학급 단위로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아이들이 항상 책과 가까이 지낼 수 있도록 독서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는 중이다.
또한 군서초등학교는 각 학년 교육과정과 연계된 도서관 활용 수업과 논술교육을 실시하여 학년 수준에 맞는 학력향상을 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으로 하여금 자기존중의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하게 하고 사고력과 표현능력을 신장시키고 있다.
자기주도학습 시대에 발맞춘 ‘1인 1 스스로 학습 실천 교육’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1인 1 스스로 학습 실천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뿐 아니라 오답노트를 작성해 매일 자신의 학습 진도를 점검하고 반성하는 활동이다. 특히 담당교사가 학생들의 개인 학습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조언해줌으로써 학생들이 각자의 특성과 수준에 맞게 자기 주도 학습 목표를 점검하고 효과적으로 자기 관리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저소득층 아이들 중 중위권 학생들을 선별, 특별 관리로 학력을 향상시키는 ‘꿈지기 학습지도’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비와 교육격차를 감소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기와 함께 자라는 바른 인성교육 실천
학급 교육과정과 연계된 인성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군서초등학교에서는 1학급 1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각 학급마다 차별화된 과제를 수립하여 학생들이 실천하고 체험하는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군서초등학교만의 특별한 방식이다. 특히 이와 연계되어 담임선생님이 아침마다 10분간 실천하는 ‘1교사 1훈화교육’은 아이들이 바른 인성을 가지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무조건적인 인성교육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학생들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무엇보다 학생들과 선생님의 관계형성과 신뢰를 다지기 때문이다.
군서초등학교에서는 타학교와 다른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학생들이 ‘안녕하세요’ 대신 ‘효도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모습이다. 이는 실생활에서 효도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이어져 효를 통한 인성교육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군서초등학교는 학생들의 기초체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1인 1운동의 생활화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시흥시 최초로 창단한 태권도부는 단연 군서초등학교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과 소질계발 교육의 일환으로 학교체육의 저변을 확대하고 건전한 체육활동을 통해 정정당당하고 늘 최선을 다하는 건강한 인성을 기르고자 창단된 태권도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하나 되는 어울림’이다.
현재 군서초등학교에는 700명 가까이 되는 전교생 중 55명이 다문화학생인 만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상당수 재학하고 있다. 윤치섭 교장은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의 고유 전통 무예인 태권도를 통해 우리의 얼을 알고 문화를 쉽게 접하게 하여 다문화 어린이들이 하루빨리 우리 문화에 동화되고 하나 되는 어울림으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며 다른 학교와는 구별되는 군서초등학교 태권도부만의 특별한 의미를 전했다.
시흥시 체육회에서 태권도부의 발전을 위해 3백여만 원을 지원하고 학부모들도 후원회를 조직하여 적극 도울 뿐 아니라 군서초등학교 모교 출신인 김태종 체육관 관장이 무상으로 아이들을 코치하는 등 지역사회 역시 군서초등학교 태권도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창단한 지 한 달여 만에 전국 태권도 대회에서 금메달 네 개를 따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태권도부와 마찬가지로 올해 창단된 또래 오케스트라 역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시흥시청과 평화통일회에서 지원하는 또래 오케스트라는 학생들의 특기를 신장시킬 뿐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오케스트라를 통해 협동심과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시흥시교육지원청이 주최한 ‘2012 시흥시 학생예능 경연대회’에서 관현악 합주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세연 학교운영위원장은 ‘또래 오케스트라가 금상을 수상한 것은 마치 황무지에서 장미꽃이 핀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또래 오케스트라에 대한 보람을 전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가는 교육복지
군서초등학교는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 환경을 고려하여 지난 5월 ‘지구촌이 하나 되는 어울림 한마당’이라는 주제로 축제를 열었다. 1부 행사로는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명랑운동회가 열렸으며, 2부 행사는 사물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 6개와 외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 5개를 운영하였다. 이는 군서초등학교가 다문화거점 학교로 선정된 만큼 국가별 다양한 문화를 알고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를 가져 다문화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군서초등학교의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지역 주민, 지역 다문화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다문화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고 지역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하게 해낼 수 있었다.
한편,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을 위한 교사와 지역사회의 지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임세연 학교운영위원장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 수련회 활동에 참가하지 못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비를 털어 아이들을 지원해 주었고, 윤치섭 교장 역시 시인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 직접 아이들의 문예활동을 지도하여 특별활동비를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공평한 교육기회 실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특히 결손가정 아이들이 가정의 따뜻함을 잃지 않고 건강한 심신을 단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아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봉사단이 직접 가정에 저녁까지 배달하는 등, 지역사회 역시 학교운영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천 명의 아이를 1열 종대로 세우면 1등인 아이는 한 명 뿐이지만, 횡대로 세우면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그저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인성을 갖추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1등이 될 수 있길 바란다”는 윤치섭 교장은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하고, 교사가 옆에서 조언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어야 한다”며 배움중심의 교육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 교장 선생님께서 거푸집을 만드셨다면, 나는 내부 인테리어를 꾸미는 것뿐이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학교가 이렇게까지 성장한 데는 지금까지 노력해준 선생님들의 노고가 크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에 군서초등학교는 교사와 지역사회의 열정이 어우러져 이제 시흥시에서 가장 열악한 학교가 아니라 시흥시를 주도하는 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다.
임혜선·주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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