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교육감 장휘국)이 고교 배정방식 변경을 강행했다가 석달만에 수정에 나섰다. 학부모와 교원단체, 시의회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가 결국 스스로 ‘졸속 정책 시행’을 자인한 셈이다.
지난 1일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고입추첨관리위원회를 열어 선(先)지원한 학교도 후(後)지원에서 다시 지원할 수 있도록 공고 내용을 수정, 재공고하기로 했다. 이번에 수정하는 내용은 그동안 해왔던 것이나 장휘국 교육감 취임 이후인 지난 3월말 공고를 통해 선지원한 학교 2곳은 후지원에서는 지원 못하도록 했다.
시교육청이 공․사립 간 학력차를 인위적으로 줄여보겠다는 취지로 강행했지만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강제배정 될 학생 수가 최대 3천명에 달하는 등 부작용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부랴부랴 나온 조치로 보인다.
기존 중학교 내신(성적)을 9등급으로 나눠 배정하는 것은 이번 수정 공고에서 제외했다. 컴퓨터가 성적 프로그램에 따라 학교를 결정하는 이른바 ‘뺑뺑이’ 방식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애초부터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되는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용역 등을 통해 알고 있음에도 그대로 밀어붙였다는 데 있다. 그나마 졸속시행 3개월만에 보완하는 셈이지만 강제배정 피해학생이 얼마나 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기에 고교 배정방식 변경에서 교육국장을 위원장으로 교원, 학부모 단체, 교사 등 고입추첨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이른바 들러리만 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배정방식 수정이 관련법 조항에 맞는지도 논란거리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78조) 고교 구분이 변경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수정이 가능하다. 고교 구분 변경은 일반계고가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바뀌는 경우를 말한다. 배정방식 변경 등은 전형 시행 10개월전인 지난 3월 말까지 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수정이 법적 근거에 맞지 않는다면 무효가 될 수도 있다.
시 교육청은 지난 1975년 평준화 도입 이후 2000년까지 강제배정 등을 하다 이후 선배정 비율을 60%에서 점차 줄여 2007년 이후 40%를 유지해왔다. 최근 수년간 강제배정 학생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평준화 내에서 최소한의 학생 선택권 유지, 학교간 선의의 경쟁 등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조처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집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먼 학교에 배정되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며 “수정이 가능한 특별한 사유로 판단, 조만간 정정공고를 낼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광주지역에서 고교 배정방식을 적용받는 일반계고 진학 학생수는 1만6천여명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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