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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묻다

김경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어른들은 고향이야기를 많이 한다. 고향이야기를 할 때는 거친 마음도 일순 누그러지게 된다. 매일 바라보고 자라던 마을 앞 큰 산에서, 늘 뛰놀던 뒷동산에서, 마을 어귀 느티나무아래서 개울가에서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세상을 사는 큰 힘이 된다고들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집을 나서면 즐겨 찾아 갈 수 있는 마을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 아이들을 중심으로 모인 어른들에게도 그런 따뜻한 공간이 필요하다. 학교가 그 공간을 열어준다면 더없이 좋겠다. 학교도서관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고향이 되어 줄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우리 아이들과 책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이어줄 수 있는 곳이다. 볕 잘 들고 바람 잘 갈무리되는 양지에 넉넉하진 않아도 좋은 책으로만 가득한 학교도서관에서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보듬어 주는 손길들이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할 것이다. 평생을 사는 힘이 되게 할 수 있다. 누구나 교육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킬 권리가 있고 국가는 모든 이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학교도서관은 바로 이러한 공교육의 든든한 토대이자 평등교육의 모체이다.

1. 학교도서관 활성화는 도서관 이용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국민 인식변화가 관건

교육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학교교육현장 등의 요구는 학교도서관의 가장 큰 변화 요인이다. 도서관 활성화 요구에 대한 인식변화는 도서관 공간의 행복한 경험에서 시작된다. 즐거운 책읽기와 행복한 도서관 경험이 도서관 활성화에 기본이 될 것이다. 학생만이 아니라 학부모, 교사, 지역이 함께 해야 할 소중한 경험이다.

1998년은 학교도서관활성화를 위한 인식의 전환을 시작하는 시기였다. 사서교사모임인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학도협)와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삼성이 후원했던 ‘21세기 책으로 엽시다’는 ‘사회의 책을 학교로!’ 라는 캠페인을 펼쳤고, 학교도서관살리기 매뉴얼을 만들고 학교도서관 전산화 지원사업을 하여 도서관과 독서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단위학교들의 학교도서관 정비에 좋은 사례가 되어주었다. 학교도서관운동의 구체적 물꼬를 터준 것이다. 그 동안에도 문헌정보학계와 사서교사들은 학교도서관 이용과 독서교육 그리고 정보활용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해왔고, 도서관활용수업이나 협력수업 등 학교도서관 운영역량을 실천하고 연구해서 지금의 학교도서관활성화의 거름이 되었다고 본다.

이후 단위학교들의 도서관운영 경험과 독서운동 시민단체들의 연구역량이 결합한 풀뿌리 사례들은 적극적인 이용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힘이 되었다는데 의미가 크다. 중앙정부도 그 뜻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보였고 2003년 학교도서관활성화종합 방안을 내놓은 일은 반가운 일이다. 학교도서관의 진정한 활성화가 공교육정상화의 지름길임을 알도록 지역민 모두가 함께 도서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 전문성과 권한을 갖춘 전문인력과 전담인력이 필요

학교도서관의 외형적 변화를 겪으면서 도서관운영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곳에 사서교사가 있어야 함을 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잘 이해하는 전문사서가 필요하다. 사서가 어린이, 청소년 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면 깊이 있는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교육지원청별 서평연수 열기, 서평모임 만들기, 교과과정에 녹여내는 권장도서모임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사서들이 권하는 책이 신뢰와 권위를 갖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제도 만들기 등을 제안한다.

학교도서관 전담인력 연수를 정례화 해야 한다. 경기도 같은 경우에는 이미 학교도서관에서 주도적인 운영을 하는 사서들이 많다. 열악한 근무조건을 감수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듬어지고 전문화된 소신 있는 인력들이다. 한 학교에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지역여건을 잘 이해해서 아이들을 잘 알고 교사와 학부모와 지역협력까지 잘 해내는 전문인력들을 여러 단위의 학교도서관운영연수 전문가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지역학교들과 멘토를 구성하고 경험이 많은 사서가 있는 학교를 멘토링 거점학교로 지정해도 좋겠다.

신분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비정규직 사서들을 위한 컨설팅 기회를 주어 소통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학교 내부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사서가 소신을 지키고 키워나가기 어렵다. 도서관 운영자의 잦은 교체는 아이들에게 제일 좋지 않고 도서관운영에도 비효율적이다. 어느 단위에서 컨설팅을 도울 것인가? 교육청과 교육청이 연계하는 시민단체, 학교도서관전문가가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길을 찾아야 한다.

3. 우리는 몸에서 즐거운 독서경험이 베어 나오는 교사들을 기다린다

학교도서관을 중심에 두고 학교생활 전반에 스며드는 독서를 생활화 하려면 교육현장의 최 일선인 교실에서부터 온전한 준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도서관의 기능을 강화하고 독서교육 독서환경이 일상적인 학교생활에 스며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현장은 그동안 독서교육를 홀대해 왔다. 독서의 중요성은 외치면서도 막상 학교는 독서교육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학부모들 저마다의 형편에 따라 아이들 독서환경은 천차만별로 불평등한 것이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가슴 아픈 학부모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이 장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전개될 수 있으려면 모든 교육과정에 긴밀하게 녹아들어야 한다. 학교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지원 체계를 만들고, 교사들이 독서교육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교과별 연수도 부지런히 실시하는 충분한 준비를 먼저 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독서교육에 신념이 있는 교사를 만나는 일이 학생 개인의 운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즐거운 독서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양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사양성과정인 교대와 사범대 문헌정보학과에서라도 먼저 교육과정 안에 독서교육, 특히 좋은 어린이청소년 책을 바로 보는 커리큘럼과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연계할 수 있는 도서관활용수업에 필요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우선 설치되어 독서교육을 준비한 교사들이 학교현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교사양성과정에서부터 독서교육경험이 없었던 기존의 교사들이 책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 연수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일선의 도서관 담당교사들에게 필요한 연수가 이루어진다지만 학교에서 한두 명 받는 연수로는 전체교사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독서교육이 모든 교과과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어느 특정 과목으로만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학교도서관이 학생과 교사 모두를 수업의 주체로 제대로 세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위학교에서 개별교사들의 즐거운 독서경험이 교육으로 발현될 수 있다. 교사는 교과서 밖의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해서 수업 내용을 기획하고 구성할 수 있다. 학생들도 기회만 주어지면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되어 읽고 쓰고 탐구하고 나누고 발표할 능력이 있다. 각각의 교사들이 독서동아리들을 통해 독서환경을 부지런히 누리고 행복한 독서경험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 교사 스스로가 풍성한 자료가 되도록 말이다.

대도시 학교와 읍면단위 학교의 서로 다른 지역여건도 고려해야겠다. 학교와 교사마다 서로 다른 역량과 교육 현실을 반영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경직되지 않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학교도서관의 기능의 확장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은 탐구수업이 진행되는 범교과 통합교실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 긍정적 변화의 증거로 보이는 학생중심수업, 프로젝트 학습 등이 도서관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주는 수행평가나 숙제가 집에 와서 다시 사교육 부담이 되면 안 될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과제지원센터 역할도 해야 된다고 본다. 학교도서관은 소외된 학생과 어려운 학생들의 정서와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정서지원센터로 최근의 왕따나 학교폭력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갖는 곳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도서관은 진로교육과 연관되어 진학 진로 정보지원센터가 될 수 있다. 또 학교도서관은 주요 교과만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도서관으로도 그 기능을 해야 된다고 본다. 이런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학교 급별 지역별 또 단위학교의 선택에 따라 강조되거나 부각 될 수 있다. 이렇게 학교교육 전반의 문제를 공유하다보면 무엇보다 학교도서관이 학교 안의 다른 교사, 부서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학교의 교육적 활동이 풍부해지는 역할과 기능을 하게 된다. 학교의 다양한 교과나 사회의 중심에서 커뮤니케이션 센터 기능을 할 때 학교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적 공감대와 필요성이 더 커지리라고 본다.

단위학교 별로 교사들의 책모임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보면 교사 간 소통이 자유로워질 것이고 절로 학생의 삶과 교육에 대한 관심과 정성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서평문화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교사들 몸에서 베어나는 향기가 저절로 학생들에게 번져 갈 것이다. (예: 교내 교과교사협의, 독서교육연구회 활성화, 도서선정위원회활동 활성화, 교사 간 소통, 사제 간 소통의 장, 학생 책모임 지원원활, 교육과정에 녹여내기 등)

교장·교감·행정실장 등 관리자에 대한 학교도서관 운영, 독서교육 등에 관한 이해와 지원을 위한 독서교육 연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일 수 있겠다. 도서관 이용자인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바람직한 변화를 경험하는 것에 학교관리자들도 솔선해서 행복한 도서관 경험에 나서주어야 한다. 그래야 도서관의 지속적 환경개선, 자료구비 등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다.

교과부, 시도교육청에서 독서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담당관은 건강하고 즐거운 독서경험, 행복한 도서관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의 소리에 귀를 열고 이용자들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유연한 사람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거시적 안목, 중장기적 방향을 잡아가야하는 교육청 지원팀에도 학교도서관, 독서교육전문가가 필요하다. 시도교육청에 독서교육을 독립된 업무로 하는 독서교육 전담 장학사 제도를 마련해서 교육청의 전문성을 높이고, 교사자문단을 구성해서 현장지원을 받는 방식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진흥법에는 교과부에는 <학교도서관진흥위원회>, 시도교육청에는 <학교도서관 발전위원회>, 단위학교에는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형식적인 회의구조에 멈추어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운영이 활발한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 위원회들은 지역에 대한 이해와 독서와 도서관에 대한 철학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독서진흥을 위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참여의 장이 되어야 한다. 단위별 사안별로 역동적으로 운영된다면 효율적인 학교도서관 운영에 기여하게 될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시도교육청, 단위 교육지원청에서는 위원들을 위한 역할 연수를 열어 지역별 학교별 소통구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간 네트워크를 이뤄 함께 발전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4.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학교도서관, 무엇보다 협력이 열쇠!

학교교육이니까 학교교육 구성원 교육전문가인 교사들끼리 풀어보려는 그동안의 노력들도 좋았지만 독서환경은 사회와 가정, 학교가 함께 풀어가야 할 일들이다. 도서관 경험을 함께한다는 전제로 학부모와 책문화, 도서관문화와 관련된 현장 경험자들과 긴밀한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 독서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정책을 마련해서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가면서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들의 협력은 결국 모두가 함께 도서관을 경험하게 하고 결국 도서관을 지지하고 요구하는 정책적인 힘이 된다. 학교와 지역사회연계의 기본은 학부모연계다. 이어서 풀뿌리 지역모임과 연계해서 우리 아이들을 모두 함께 돌보는 일을 학교가 중심이 되어 할 수 있다.

도서관 학부모 자원활동의 지속적인 활동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자라면서 도서관 경험이 별로 없었던 학부모들이 학교도서관 학부모 자원활동을 통해 독서문화, 도서관문화의 건강한 문화인자로 거듭나기도 했다. 최근 10년 사이 학교도서관을 통한 자원활동으로 학부모들이 소극적 이용자에서 적극적인 운영자로 도서관운영의 주체가 되어 경험한 것만 해도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에 이를 것이다. 도서관 공간이 주는 힘은 크다.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도 그 곳을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학생, 교사, 학부모들은 스스로 동기를 부여받고 자기발전을 하는 긍정적인 내부적 변화를 겪었다. 자발적인 것이 생명력도 길고 아름답다. 지역(학부모)과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교사 리더십이 절실하다. 학교도서관 학부모 자원활동의 지속적인 활동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보니 학교관리자나 담당자의 소신에 따라 모임이 활성화되기도 하고 무력화되기도 해서 학부모들의 기운을 빼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의 학부모 자원활동을 지원 또는 조직해야한다'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학교도서관 자원활동 모임이 학교에서 필요할 때 부리는 수동적이고 소모적인 일꾼이 아니라 건강한 교육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는 자원으로 능동적인 발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읍면단위 학교 등 자원활동 인원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경우라도 학교 안팎을 뛰어넘어 참여가 가능한 지역민이 함께해서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워내는 장으로 삼아야 한다. 도서관 학부모 자원활동 모임은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도 잘 할 수 있다. ‘학교마다 도서관 자원활동 조직을 지원한다’는 제도마련이 되어서 전국으로 번져가길 기대해 본다. (예: 학부모 학교참여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단위학교 학부모책모임 활동, 가족독서 문화만들기, 자녀독서지도 연수 등 연수기회 확대지원, 시도교육청별로 학부모 '명예사서과정' 운영으로 소신 있는 학부모들이 전문화 될 수 있도록 지원)

5. 2011년 7월 교과부가 발표한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 살펴보기

“다양한 꿈이 자라는 희망교육,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 모두의 재능이 꽃피는 혁신교육, 함께 하는 참여교육을 이루겠습니다.” 서울시교육감의 취임 인사말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를 똑같이,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 잡아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회”라는 공정사회캠페인도 한창이다. 이제 너나없이 아이들을 건강한 비판의식을 갖고 소통하고 배려하는 창의적인 민주시민으로 키우자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달로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학교교육은 주입식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자율성과 창의성, 비판의식의 싹을 잘라오지 않았던가. 국제기구 OECD에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 PISA(Program 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2009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소양은 2~4위인 반면, 자기주도 학습력은 65개국 중 58위라 한다. 2010년 다문화 이해자료 개발을 위한 업무협의회인 국제교육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나와 다른 다양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 36개국 중 35위라니 책읽기조차 경쟁으로 몰아붙인 우리 교육의 현재이다. 독서환경과 독서를 통한 공동체 경험을 우선으로 하는 길을 찾으려는 교과부의 발표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독서를 입시에 연계하겠다고 해서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했던 정부가 여러 차례 현장교사들, 시민단체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협의를 마치고 2011년 7월 <자기주도적 학습력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여러 문제점들도 함께 인정한 것이다.

“교육 수혜자들의 요구로 지난 10여 년간 추진해 온 ‘학교도서관 활성화 정책’은 학교의 외형적 독서 환경은 어느 정도 확충되었다.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를 향해있는 현실에서 과도한 경쟁과 입시 위주의 학교문화로 인해 학생의 수요와 수준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독서교육이 미흡해서 학생들의 독서활동이 제한되고 독서교육도 내실 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또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과 에듀팟의 연계 등으로 독서와 대학입시와의 연계가 왜곡·강조됨으로써 학생들에게 지나친 독후감 기록과 관리의 부담을 주고, 독서의 재미와 자발성을 해치고 사교육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기주도적 학습력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읽기소양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키울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거기다 인성함양을 위해 독서를 학교교육 중심에 두고 지원도 하겠다는 이야기다.

2011년「초·중등학교 독서 활성화 방안」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특정교과와 장소에 한정되었던 독서를 학교생활전반에 스며들게 하겠다는 것이다. 편중되었던 독서를 균형 잡힌 독서로 이끌겠다는 것이고 그동안 입시 운운하며 강제하려던 타율적이고 형식적인 독서를 자발적이고 즐기는 독서로 변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도서관이 그 지원기반으로 더욱 공고해져야 함을 전제한다.

1) 학교생활 속 독서 강화는 국어교과 '읽기' 영역을 실제 독서활동으로 운영, 다른 교과에서도 독서 연계 주제 탐구학습 확대, 창의적 체험활동과 방과후 활동 등에서 활발한 체험 독서를 장려, 사제동행 독서토론 동아리와 독서문학기행과 독서캠프 등 독서체험 프로그램 활성화, 교과별 독서연계형 수업모델 20종 개발, 학교회계에 '독서활동지원' 비목 신설 등을 통해 이루겠다고 한다.

학교생활 속 독서 강화는 교과과정 안에 자연스러운 책읽기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여야 하는데 100% 교과서 중심으로 교육하고 평가하는 우리교육 환경개선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하고 용기 있는 교사들은 이를 실천하고 있으니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본다. 학교생활 전반과 교육과정에 자연스럽게 책읽기를 스며들게 하려면 교사가 먼저 즐거운 책읽기를 하고, 행복한 도서관 경험이 있어야 한다. 단위학교 교사들이 자발적인 책모임으로 그 경험을 먼저 누리길 바란다.

2) 교원, 학부모 독서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하반기 '교사 독서교육 연구회 500개(교사 5천명) 지원, 2013년까지 1천 개로 확대하고 학부모 학교참여지원사업('11년 3,200교 ⇒ '12년 3,500교 (학교당 평균 340만원 지원))과 연계, 학부모 독서토론 동아리, 자녀 독서지도법 연수를 활성화 한다고 한다.

그동안 학교가 독서환경을 만들어 책으로 접근하는 시도는 있지만 교육적 접근은 미흡했다. 학교는 독서교육이라면 독후감 숙제를 내어주는 것으로 만족해 왔다. 그 중심은 독서교육을 단순히 독서록쓰기 (65.8%) 과제로만 여겨왔던 교사들, 아이들에게 책소개(14.6%)를 해주는 것으로 만족하거나 그 조차도 아예 하지 않는(13.4%) 교사들에게 독서교육을 맡겨온 데에 있다. 더러 운이 좋으면 아이들보다 먼저 책읽기에 부지런하고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책모임도 하는 교사를 만날 수 있다. 공교육을 운에 맡겨서는 안 된다. 학부모들도 준비된 교사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싶다.

다행인 점은 이번 방안에서 교사양성과정인 교대·사범대의 교육과정에 독서교육 관련 내용 반영을 권장하겠다고 하는 점이다. 반가운 일이긴 하나 교대·사범대에서도 적극 실천되어질지는 의문이다. 학부모들을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니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발적인 책읽기를 지켜내 볼 일이다.

3) 독서친화적 환경을 조성한다고 한다. 교과교실제 운영학교, 창의경영학교 사업비 일부를 도서 확충, 독서 프로그램 운영 등에 활용하고 언제든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책을 준비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절실한 요구는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방과 후 교육으로 사교육으로 숨 쉴 수가 없다고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을 필요가 있다.

4) 학교와 지역이 중심이 되어 매일 책 읽는 운동을 확산하고, '학급문고의 날', '책의 날', '독서의 달' 및 지역 특색을 살린 독서문화 축제 등 자율적인 독서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학교와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펼쳐가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서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확산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가 지역의 구심점이 되어 줄 기회이다. 더러 아이들 수업만으로도 숨이 멎을 것 같은데 지역연계라니 하며 비명을 지를 교사들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들을 살리는 숨길이니 마을과 행복하게 소통하며 길을 찾아보자.

5) 독서활성화 지원체제구축을 한다고 한다. 온갖 시스템과 예산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원체제의 첫 번째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인력 배치, 수업권이 있는 사서교사 배치가 가장 먼저이다. 전담인력이 없는 도서관이 진정한 도서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6. 나가며

이번 방안이 제대로 실천되려면 사람에 대한 지원이 우선해야 한다. 그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너나없이 경쟁으로 몰고 가는 교육에서 놓여나 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즐겁게 책 읽는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싶다는 바램들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끊임없는 관심으로 사람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고 책모임에 참여하는 작은 실천으로 우리 모두가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이 글은 지난 7월 13일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주관한 제7차 도서관정책 포럼에서 발표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