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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우리의 교육정책과 의식
기사입력 2022-08-12 오전 11:56:00 | 최종수정 2022-08-12 오전 11:56:36   
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교육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오래전에 세간에서는 교육이 정치에 예속되어 정치의 시녀, 하수인이란 막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는 교육의 자율성을 주장하며 정치로부터 중립성을 지키려는 본심의 발로이며 교육이 정치와 자유로울 수 없는 관계로 엮여있음을 단적으로 반증한다. 그러나 교육의 당사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교육은 국가백년대계로 어느 시대의 정치 권력과 결부되어 그 순수성과 고유의 역할을 상실해서 교육의 본질을 퇴색시키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전(前) 정부에서는 오랫동안 공청회를 거쳐 결정된 대학입학 전형의 수시, 정시 비율 조정을 ‘조국 사태’를 겪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공정성을 이유로 수능의 비중을 높이는 정시로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사달이 났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교육철학의 부재가 드러났고 그 저변엔 포퓰리즘에 의한 참을 수 없는 교육정책의 가벼움이 문제였다. 적어도 우리 교육이 백년대계는 분명코 아니었다.

현 정부는 어떤가? 유감스럽게도 첫 번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각종 자질 미달과 부적격의 사건, 행위들로 인해 전격 사퇴를 한 데 이어 두 번째 장관의 후보자 임명도 논문표절, 만취음주운전, 갑질 논란 등이 문제가 되었지만, 능력이 출중하니 과거의 논문표절과 음주운전 같은 작은 흠결은 넘어가자고 주장하며 심지어 “이전 정부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있었느냐?”고 말하며 오히려 국민의 저항에 반(反)하는 결기를 보였다.

그 결과는 어떤가? 그렇게 능력이 출중한 교육부 장관의 첫 작품이 국민적 협의와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로 온통 나라를 흔들어 놓으며 교사, 학부모 98퍼센트가 반대하는 만 5세 초등학교 조기입학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번 개편안은 사회적 혼란과 분노만 일으키다 실현되지 못할 것이지만, 우리는 이 개편안을 통해 국가가 생각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또 교육에 대한 철학이 얼마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치닫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육정책이 노동정책과 충돌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저출산으로 인한 부족한 노동력을 사회에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목적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공교육정책이라면 미국이나 영국처럼 유치원을 의무교육으로 지정하면 된다. 이번 학제개편 교육정책은 교육의 목적을 노동력 재생산에만 방점을 둔 자본 중심 시각의 끝판왕이다. 한마디로 자본이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적 순응의 장치로서의 교육에 대한 가벼운 인식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2021년 24조 4,000억의 사교육비는 우리의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비정상에 대한 실증이다. 여기엔 특정 대학 중심의 서열에 의한 학벌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빈부 격차의 양극화가 벌려 놓은 학력의 격차 역시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의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헬조선’이라 부르며 ‘이생망’을 외치는 현재의 교육정책은 이제 더는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가(加)할 수는 없다.

교육에 대한 시각과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15만 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부도 경제부처처럼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최고 국정책임자의 교육철학은 교육을 경제의 수단으로 여기는 가벼움은 아닌지? 교육은 그 어느 분야에 종속되거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가가 바로 서는 것은 교육에 의해서다. 국민이 교육정책을 무한 신뢰하고 협조하는 북유럽의 복지선진국들을 보라. 우리 교육은 언제까지 화장만 고치고 겉옷만 바꿔입으며 성형수술로 본질을 가리고 땜질식 처방의 근시안적인 가벼운 정책만을 되풀이할 것인가?



기사제공 : 주간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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