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행복 공동체로 바꾸는 것이 교장의 임무
”
곽 원 규 경기 보평중학교 교장
학교폭력 등 과도한 입시 경쟁의 폐해가 하나 둘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지금 한국 교육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인성교육, 행복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입시를 무시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주입식, 암기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기란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곽원규 경기 보평중학교 교장은 “학교를 입시 프로젝트 공동체에서 행복 공동체로 바꾸는 것이 학교장의 임무이며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경쟁을 바탕으로 한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협동적 구조를 바탕으로 한 치유와 돌봄, 배움과 성장의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사고력 과 창의력, 타인에 대한 배려와 소통능력 등 미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핵심역량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꿈을 가꾸는 행복한 학교
배움과 돌봄의 학습 공동체, 사랑과 열정의 교사 공동체, 자율성과 자발성의 학생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했던 곽원규 교장의 첫 번째 학교경영 방침은 바로 ‘꿈을 가꾸는 행복한 학교’이다.
학교구성원을 하나의 행복공동체로 묶기 위해 곽원규 교장이 제일 먼저 실시한 것은 철학과 비전 공유였다. 학교장의 철학과 비전은 평상시 교장과 교사와의 일상적 관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고 일정한 시간이 흘러야 공유가 된다. 보평중학교는 좀 더 확실한 동기 부여를 위해 매년 2월 하순에 2일간 13시간 내외의 교수 연수를 하였고, 2월 말에 3시간 내외의 학부모 연수, 3월 초 학생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창의력과 자발성, 인성교육을 위해 보평중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활동 중 단연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학년별로 운영되고 있는 자율활동이다. 이 자율활동은 학생과 교사, 학교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유관기관과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보평중학교에서는 경기도농림재단, 들꽃농원, 고래실 마을과 연계 운영하고 학교 내 농장을 이용해 1학년은 농사학교를, 2학년은 분당환경시민의 모임과 연계 운영하는 생태학교를, 3학년은 과천과학관과 연계 운영하는 과학학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학교를 벗어난 체험 위주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고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역시 학생 교육에 참여함으로써 지역 전체의 교육력과 지역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곽원규 교장은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수업혁신을 위해서 학교 내 교사 성장 프로그램인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자발성과 동료의식이 있는 교사 문화를 만들고, 수업 및 생활·인성지도의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매주 목요일 6~8교시에 실시된다. 구체적으로는 전체교사 연구회 5회, 학년교사연구회 4회, 교과협의회 11회 및 전체교사토론회 14회 등 매주 1회씩 연간 34주를 운영한다.
“많은 학교가 자율장학의 일환으로 수업공개, 약식장학, 초청강연, 컨설팅 장학 등 다양한 연수를 실시했지만 교사의 수업을 바꾸진 못했다”는 곽원규 교장은 결국 학교 내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인성지도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교사 성장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곽원규 교장은 “학교 내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학습할 때 교사가 성장하고 학생 활동중심수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13명의 교사들이 자생적으로 ‘수업친구’라는 학습 동아리를 만들어 지정도서 발제 및 토론, 수업 및 생활지도에 대하여 함께 고민을 나누는 등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참여와 소통의 학교 만들기
공동체가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참여와 소통, 민주적인 자치가 필요하다. 곽원규 교장은 교사들의 전문성을 함양시킬 뿐만 아니라 자발성과 헌신성을 끌어내기 위하여 변화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협의와 토론 문화 활성화, 학교장의 권한 위임 등 민주적 자치 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수업과 생활·인성 지도를 하는 사람은 교사이기 때문에 교사의 자긍심과 효능감을 고취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곽원규 교장. 이를 위해 곽원규 교장은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바라보았고, 구성원의 능력 향상을 돕는 방향으로 노력하였다. 모든 일을 처리할 때는 투명·공정·청렴의 바탕 위에 신뢰감을 증진하였다.
학교 내 주요 사안을 전체교사회의를 통해 함께 결정하였고, 간단한 결정은 매주 월요일 부장회의 토론을 통해 결정·시행하였다. 사안 발생 시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도 책임을 결코 교사에게 미루지 않았다. 또한, 학교장의 권한위임은 업무위임이 아닌 과업수행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과 그에 대한 권한을 교사에게 위임하여 교사의 자긍심과 효능감을 고취시키고자 노력하였다.
이렇게 구성원들에 대해 지시와 통제중심이 아닌 개방과 협력의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노력한 결과, 상호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허용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학교의 비전과 경로를 명확하게 제시하여 교사들에게 직무동기까지 부여할 수 있었다.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위해 교실환경 개선과 인적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섰다. 전 교실에 U자형 책상 배치를 하였고, 도서관 활용 수업 활성화를 위해 사서교사의 교과교사 지원 체제를 구축하기도 하였다. 또한, 정규 수업 중 상담을 실시하고 수업 및 생활·인성 지도 중심의 학년체제로 교원조직을 편성한 결과 상담교사가 효과적으로 학생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학교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를 구축하고자 한 학부모의 참여도 주목할 만하다. 보평중학교는 3주씩 연 2회 ‘선생님이 초대하는 학부모 상담 활동’을 운영하는 한편, 학부모와 연계한 생활지도를 매일 실시하였다. 또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전문가를 참여시켜 전문적 처방을 하는 솔루션 위원회로서의 역할을 하게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최근에도 학교폭력을 이유로 전입해온 한 학생이 주변 학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하기도 했다.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 운영
한편,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하여 지적 희열과 지적 만족을 느끼는 학생 배움 중심 수업을 하였고, 수업과 연계된 과정중심의 수행평가 및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확대실시하는 등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특히 보평중학교에는 특색사업 및 전시성 행사가 없다. 담임교사의 행정업무도 최소화되어있다. 이는 교원 업무 경감을 통해 교사가 수업 및 생활·인성, 진로·진학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처럼 학교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교무실과 행정실 간의 소통 부족을 해결하고 상호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자 교무실과 행정실을 물리적으로 통합하기도 하였다. 또한, 행정실무사의 역할과 책무성을 확대하기도 하였다.
중 · 장기적 개선의 학교 운영
교원 업무 경감을 위한 또 하나의 방안으로 연차별 중점 과제를 설정, 전략적으로 접근하였다. 이는 교사에게 업무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9년에는 토론과 연수를 통해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추구하였고, 2010년에는 창의적 체험 활동을 매뉴얼화하고 시스템화하는 역점을 두었으며, 2011년은 교실수업 혁신과 창의적 프로그램 정착에 중점을 두었다. 2012년에는 수업혁신의 정착과 수업과 연계한 평가 혁신, 특히 융·복합교육을 시도하였다. 곽원규 교장은 “2013년에는 수업혁신, 평가혁신의 정착과 학생자치활동 활성화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보평중학교는 2009년에 개교한 신설학교이다. “전입생들로 구성되어 힘든 가운데에도 선생님들이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전환하고 개별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곽원규 교장. “우리 집 아이를 우리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라고 교사들이 말할 때마다 ‘교사로서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고맙고 감사하다며 그 보람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학생을 만들 수 있다”는 곽원규 교장은 마지막으로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장면의 변화와 혁신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되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교원 법적 정원 확보 및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학교 기본 운영비 상향 지원, 행정 실무사 지원 등을 통한 교사 업무 경감, 교무실과 행정실 통합을 통한 교무행정 효율화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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