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및 정의적 요인
김 성 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자발적으로 타인을 위하려는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은 글자 그대로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긍정적인 행동이다. 이 행동은 이기적, 이타적, 실용적 관심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로 수행될 수 있으며, 이에 관여하는 요인들도 대단히 많다. 이 글에서는 그 요인들 중에서 인지적 및 정의적 요인의 영향을 검토하려는 것이다.
인지적 및 사회인지적 기능, 특히 관점 채택과 도덕적 추론이 친사회적 반응을 촉진시킨다고 가정되었다(Batson, 1991). 또한 어떤 유형의 친사회적 경험은 아동의 사회인지적 기능을 증진시키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Eisenberg, 1986).
그리고 Slote(2004)는 친사회적 행동, 특히 이타심이 공감이나 동정심에 의해 유발된다고 하였다. 공감이나 동정심과 친사회적 행동의 관계는 특정한 상황이나 성격 측면에서 성립되는 것으로 가정되었다(Batson, 1991).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친사회적 행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지적, 정의적 요인을 검토하여 이와 같은 행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인지적 요인
지능과 학업성적
인지적 능력이 타인의 욕구나 고통을 식별하고 그에 반응하는 길을 모색하는 능력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능과 친사회적 반응간의 관계를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지능(어휘력, 독해력, 언어발달 포함)과 친사회적 행동의 긍정적 상관이 관찰되었고, 학업성적도 연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Cassidy 등, 2003). 그리고 학력검사 점수와 아동의 공감, 학문적 자기효능감과 친사회적 행동이 긍정적 상관이 있다는 증거도 획득되었다(Bandura 등, 2003). 물론 일부 연구에서는 지능과 친사회적 행동이 아무 관계가 없거나(Jennings 등, 1987) 모순된 결과도 나타났다(Strayer & Roberts, 1989). 지능과 학업기능은 일부 상황에서 특정 유형의 친사회적 행동에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점채택과 정서 이해
관점채택(perspective-taking) 능력이 타인의 욕구나 고통을 확인하고 이해하며 동정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흔히 가정된다(Batson 등, 2003). Hoffman(1982)은 아동의 관점채택 능력의 향상이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식별하고 타인의 감정적 반응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이러한 능력은 공감과 동정을 일으키며 친사회적 행동을 보다 많이 초래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타인의 내면적 상태에 관한 정보는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거나 저장된 지식을 점검하거나 사회적 각본이나 정신적 연상 과정을 통하여 습득할 수 있다(Karniol, 1995). 아동들은 또한 타인의 느낌을 추론하는데 사용하는 마음에 관한 이론도 갖고 있다(Eisenberg 등, 1997). 편의상 그리고 관점채택의 기본적 수행과정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점채택이라는 용어는 타인의 내면적 상태에 관한 지식을 얻는 과정에 관련된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관점채택과 친사회적 행동이나 공감은 긍정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Strayer & Roberts, 2004). 일부 연구에서는 긍정적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지만(Astington & Jenkins, 1995), 친사회적 행동과 부정적 관계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공감을 야기하는 자극에 대한 아동의 안면표정과 반응의 일치는 친사회적 행동과 긍정적 관계를 보였고(Roberts & Strayer, 1996), 청소년의 자기 이해는 고도의 친사회적 행동과 상관을 보였다(Bosacki, 2003).
많은 연구에서 발견된 긍정적 결과는 관점채택이나 친사회적 행동에 관한 다양한 척도를 종합적으로 사용한 신뢰성이 높은 지수라기보다는 단일 척도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그 관계가 관점채택과 친사회적 행동의 연령에 따른 증가를 반영한 것은 아니며, 연구 대상의 연령 범위는 제한적이거나 통제된 것이다. 관점채택의 유형과 어떤 상황에서 친사회적 행동을 조장할 수 있는 이해력의 정도가 일치되면 관계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Carlo 등, 1991). 어떤 경우에는 위기 상황과 같은 급박하거나 대가가 적기 때문에 친사회적 행동이 비교적 자동적으로 수행되어 관점채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상황에서는 친사회적 행동이 타인의 내면적 상태에 관한 지식 이외의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 유발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관점을 채택하면서도 행동을 하는데 필요한 동기, 기술, 자기주장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관점채택이나 정서 이해와 친사회적 행동의 관계는 다른 요인들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 관점채택은 자기주장이 강한 아동들에게는 친사회적 행동과 연결되지만, 자기주장이 약한 아동들에게는 그렇지 않다(Denham & Couchoud, 1991). 이와 비슷하게, 관점채택과 친사회적 행동의 관계는 가끔 아동의 공감이나 동정심에 의해 조절된다. Knight 등(1994)은 화상을 입은 아동에게 기부금을 낸 아동들이 관점채택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동정적이고 금전의 가치를 이해하는 아동들이라고 하였다. Eisenberg 등(2001)도 관점채택이 친사회적 행동에 직접 관련되는 것이 아니고 동정심과 도덕적 추론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관련된다고 하였다.
요컨대, 관점채택 능력이 높은 아동들은 특히 그 능력이 친사회적 행동에 적합하고 그 능력으로 습득한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과 동기가 있을 때 보다 친사회적이다. 관점채택 능력은 타인의 욕구를 식별하고, 민감한 도움을 제공하며, 친사회적 행동의 정의적 동기(동정심, 공감, 죄의식 등)를 유발하는데 관련될 수 있다. 그리고 관점채택 능력이 잘 발달된 아동들은 친사회적 행동의 기회를 더 자주 갖게 된다. 예를 들면, 관점채택 능력이 높은 나이든 형제들은 동생들을 돌보라는 부탁을 어머니로부터 자주 받는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7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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