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과제
홍봉선 (신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Ⅰ. 문제제기
아주 최근 순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도처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학생이 노인 시설에서 할머니에게 막말을 한 동영상이 유포됨으로써 당사자인 학생이 퇴학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안의 진실성 여부와 의도의 경중을 떠나 이런 행동은 청소년 옹호자의 입장에서도 동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결코 섣부른 용서로 덮어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은 청소년 인권과 권리를 축소하려 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빌미를 제공한다. 극히 일부의 청소년들에게서 일어나는 사건이 방송매체를 통해 확산되고 부풀러져 마치 대부분의 청소년의 행동으로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되는 것이다. 이는 Franklin(1999)의 우려처럼, 언론의 참여로 지역사회가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제에서 청소년으로부터 지역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뀌고 공고히 되는 과정을 거쳐 상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 청소년 권리보장의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할 저해요인으로 판단된다.
본 원고는 이러한 열악한 사회적 상황에서 권리 존중의 대상으로서 비가출청소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가출청소년 귄리보장을 위한 정책과제를 다룬다. 때문에 대중의 지지는 물론 전문가의 동의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선행연구의 뒷받침도 두툼하지 않다. 따라서 학술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도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발제는 가출청소년 권리보장을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청소년의 권리를 조망하지 않을 수 없어 청소년 권리와 관련된 그동안의 선행연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과 청소년권리와 관련하여서는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권리협약을 참고하여 청소년 권리의 범주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그런 다음 그것에 가출청소년의 특성, 처한 위기상황을 고려하여 가출청소년 권리의 범위와 내용을 구체화하고자 하며 그에 따른 정책적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아마도 가출청소년에 대한 그동안의 여러 가지 정책 제안들을 가출청소년 권리라는 법적 관점에서 되짚어 보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Ⅱ. 청소년 권리의 발달 과정, 쟁점 및 내용
청소년의 권리가 인간의 권리(인권)에 그 근원을 두고 있듯이 가출청소년 권리의 대부분은 청소년 권리에서 유래한다고 말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출청소년 권리보장을 논하기 위해서는 인권 및 청소년 권리에 관한 쟁점과 그 내용에 관한 선행연구들을 고찰하여야 한다.
1. 인권, 기본권 그리고 권리
인권이란 용어는 페인(Paine)이 그의 저서 인간의 권리 (Rights of Man, 1999[1791])에서 사용한 말로 그의 저서 제목과 동의어인 ‘인간의 권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반적인 권리 개념은 각 주권국가의 도덕규범이나 정치적 사회적 제도 및 법질서에 구속력을 두는데 반해 인권은 주권국가의 범위를 넘어 지구상의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인간의 권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홍봉선, 남미애, 2013).
또한 간혹 인권은 ‘인간답게 살아 갈 권리’라는 규범적 의미를 가지며, ‘인간의 권리’를 총칭하는 말이지만 기존의 제도와 질서에 의하여 권리가 침해당한 상황을 전제하고 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저항적인 의미도 포함하며 때로는 ‘동물권’과 대비되는 개념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반면에 ‘권리’는 ‘인권’의 저항적 의미도 없고, 모든 상황에 보편적으로 채택될 수 있는 용어로 이해되기도 한다(한국청소년개발원, 2000).
인권과 권리의 범위에 관련해서는, 인권은 현재 보장되고 있는 법률상의 권리와 장차 보장받아야 할 당위적, 도덕적 권리 모두를 포함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이석호, 1999). 따라서 인권은 법적권리 뿐 아니라 법 이전의 자연권을 포괄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인권은 사실 다의적으로 쓰이는 애매한 말로, 인간이 지니는 권리라는 총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점에서 청소년의 인권과 청소년의 권리는 동의어로 볼 수 있다(정회욱 외, 2000). 따라서 본고에서는 권리로 통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인용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하여 인권과 혼용하여 사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기본권은 인권을 헌법적 수준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청소년 권리의 발달과정
권리를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한다면 사람은 누구라도 권리를 갖고 있고 또한 그 권리를 누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의 당위성이 역사적으로 청소년에게는 예외가 되어 왔으며 청소년이 권리의 주체자라는 인식은 최근에 와서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청소년의 인권만을 따로 규정한 규약이나 협약은 별도 없으며, 청소년인권은 아동의 권리 속에서 논의되어 왔다. 따라서 청소년권리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아동권리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안동현, 1999；이배근, 1997; 홍봉선 ․ 남미애, 2013 재인용).
현대적 의미의 아동권리사상은 1922년 아동복리회(Save the Children Fund)의 창설자인 Eglantyne Jebb 여사에 의해 성문화된 아동권리선언(Declara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으로부터 싹이 텄다. 그는 ‘인류는 아동들에게 주어야 할 최선의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1924년 9월 26일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은 그의 선언문을 전문과 5개 조로 된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선언(Declaration of Geneva)’으로 채택하였다.
이어 1959년 11월 20일 국제연합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전문 10개조로 이루어진 ‘유엔 아동권리 선언(Declara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을 채택하였으며, 1959년 유엔아동권리선언 채택 20주년 기념의 해인 1979년을 유엔이 정한 ‘세계 아동의 해’로 선포함으로써 아동에 관한 지구촌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을 포함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아동의 적극적인 관리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1989년에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전문 및 54개 조로 된 ‘아동·청소년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CRC)’(이후 국제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국제협약은 1990년 9월 2일을 기해 세계 20개국 이상의 비준을 받아 국제법의 효력을 갖게 되었으며, 2007년 현재 세계 193개국이 비준함으로써 인류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협약이 되었다. 한편 유교적 가족 중심의 전통적 가치관을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경우 권리의 개념이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존중되는 서구 사회와는 달리 기존의 조화나 사회관계를 파괴하는 이익의 대립적 차원에서 이해되었기 때문에 청소년의 권리 자체가 생소하며 법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전술한 국제협약에 1990년 9월 25일 서명하고 이듬해 11월 20일에 비준하였기 때문에 본 협약은 국내법으로서 효력이 발생하게 되어 아동청소년권리의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게 되었다. 또한 국제사회에 일었던 청소년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논의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에 처음으로 청소년헌장을 처음 제정, 선포하였다(박진규, 1999; 홍봉선․남미애, 2013 재인용). 이는 1998년 청소년의 주체적 자율권 및 선택적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이 가해지는데, 이는 국제협약에의 영향을 받는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청소년기본법, 복지지원법을 비롯한 청소년관련법도 본 협약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8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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