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하이텍고등학교(교장 정상운)는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 글로벌 기술인 육성”이라는 교육지표 아래, 학년별 체험활동 로드맵,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방과후 동아리 활동을 통한 적성 개발 및 전문기술 교육 내실화, 인증제 프로그램 등 본교만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글로벌 마이스터를 육성하기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그 현장을 찾아 정상운 교장과 인터뷰했다.
- 근황 또는 교장선생님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하는지?
기숙사 학교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에 7시쯤 출근하여 학생식당을 둘러본다. 밤새 아픈 학생은 없었는지 확인하고, 맛있고 위생적이며 영양이 충분한 급식이 이루어지는지 점검한다. 이어 매주 월·수·금에 진행되는 아침회의 자료를 검토하고, 참석자들을 위한 녹차를 준비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이루어지도록 배려한다. 최근에는 기능경기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기술영재반 학생들에게 힘든 점은 없는지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 귀교의 주된 교육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본교의 교육 목표는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글로벌 기술인 육성’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수준 높은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인성 및 외국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술인재를 육성하고자 힘쓰고 있다. 마이스터고 5년차인 올해는 특히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성공적인 고졸 취업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교육목표를 이루기 위한 제도나 시스템이 있다면?
여러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만 꼽자면 다음 3가지이다. 첫째, 전문 역량을 갖춘 마이스터 육성을 위해 ‘SHT-영마이스터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인증 영역은 전공기술, 외국어능력, 직업기초능력, 직업의식, 정보활용능력의 총 5개 영역이며, 인증 취득 여부는 내신 성적과 함께 각종 업체의 인재 추천 시 선정 기준이 된다. 이러한 인증제를 통해 고졸 인재에 대한 산업체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미래 마이스터로서 갖춰야 할 기본 능력을 쌓도록 지도한다.
둘째, 직무 적응 및 실무 능력을 기르는 다양한 맞춤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마다 개설되는 토익사관학교, 해외 자매 학교와의 학생 교류, 어학 연수 및 해외 산업체 연수는 어학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며, 전공심화 및 취업역량강화 방과후수업은 직무 적응 능력 향상에 보탬이 된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클래스, 삼성전기 샘 아카데미, 삼성전자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경기콘텐츠주니어창조교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발명연구반 등의 산업체 맞춤식 직무교육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셋째, 바른 인성을 기르기 위해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기숙사 생활의 장점은 단체 생활을 통해 기본생활습관을 기르고 규칙 준수 및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것이다. 본교 기숙사는 전액 무료로 운영되며,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아침 6시 아침운동으로 시작해 밤 11시 취침 점호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굳건한 목적의식을 세우는데 도움을 준다.
- 귀교에서 이루어지는 특징적인 교육(교수법, 타 학교와의 차이점, 시설부분 등)은?
본교의 자랑 중 하나는 수업방법을 개선하고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모든 교과가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수업은 한 학기, 혹은 1년에 걸쳐 진행되는데 보통은 팀을 구성한 후 주제를 선정하여 기획·제작 단계를 거쳐 과제를 완성하며, 이 과정을 요약한 프레젠테이션 발표 후 매년 11월경에 프로젝트 결과물 전시회를 실시한다. 이러한 일련의 학습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신속하고 순발력 있게 해결하는 현장 적응 능력을 키우고 있다.
- 방과후학교 운영과 성과는?
본교 방과후교육의 모토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숙학교이기 때문에 전교생이 방과후수업에 참여하며, 이를 토대로 사교육 없는 학교문화를 만들고 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방과후 3시간씩 전공심화 프로그램이,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전공심화 프로그램의 경우 1학년은 토익 및 정보활용능력 향상반, 2·3학년은 학과별 전공 심화 및 기능사 취득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의 경우 맞춤형 SHT-직장준비교육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4학년도 방과후교육을 운영한 결과, 2학년의 경우 토익 500점 이상 취득자 75%, IT관련 자격증 취득률 90% 이상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또한 전공심화교육을 통해 2, 3학년 자격증 취득률이 150%에 달하는 성과를 얻어 전공에 대한 자신감을 높였다.
- 학부모의 적극적인 학교운영 참여활동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본교는 특수목적고등학교로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한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수원이 아닌 타 지역에 거주하며, 또한 부모가 함께 생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아 학부모의 학교운영 참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 특성상 많은 학부모들이 취업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때문에 학년별 및 학과별로 학부모회를 구성하였으며,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대의원 모임을 분기별로 정례화하고 협의된 내용이나 요구 자료를 학부모회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알리며 공간적 · 시간적 제약을 벗어나 활발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회 대의원들이 학부모 상주실을 편하게 이용하도록 여건을 개선하였으며, 심화전공별 취업 정보를 궁금해 하는 학부모를 위해 학과별로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산학협력부실 및 학과 사무실 상담 공간을 적극 활용해 취업 정보를 전하고 학부모가 학교운영에 수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학교의 전통이나 자랑을 말한다면?
본교에서 목표하는 학생상은 끈기 있게 도전하는 학생이다. “나의 꿈은 마이스터, 할 수 있다,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라는 마이스터 구호를 좌우명으로 삼아 각종 행사에서 큰소리로 외치며 자신들의 의지를 다진다. 본교 학생들의 끈기와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국토순례 프로그램인 “걸어서 만나는 더 큰 세상(걸만세)”을 들 수 있다. 1학년은 마니산 정상 등반과 강화도 순례, 2학년은 지리산 정상 등반과 둘레길 순례, 3학년 한라산 정상 등반과 올레길을 걸으며 한계를 이겨내는 극기심을 배양하고 국토 사랑의 정신을 함양한다. 학년별로 70Km 이상 도보로 이동하는데,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짐을 들어주고 서로 부축하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작년에는 가슴 아픈 사건으로 인해 걸만세를 떠나지 못했지만, 올해 교육계획에는 예정되어 있어 학생과 교직원 모두 기대하고 있다.
전공 심화 교육 및 기술영재반 활동이 활발한 것도 본교의 자랑이다. 학생과 교직원 모두 최선을 다해 기술력 향상에 힘쓴 결과, 2014년 제 49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 2종목(모바일로보틱스, CNC선반), 은메달 2종목(메카트로닉스, 냉동기술), 우수상 2종목(컴퓨터정보통신, 공업전자기기)에 입상하여 전국대회에 참가한 200여개 기관 중 4위로 동탑을 수상하였다. 학교장으로서는 무엇보다도 본교 학생들의 기술 수준을 널리 알린 것이 기쁘다.
- 교장선생님의 교육관이나 가치관을 말씀해 주시죠?
직업교육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무엇보다 염두에 두었던 것은 학생들의 진로였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경우, 첫 직장은 앞으로 계속될 직장생활 전체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때문에 본인의 적성에 맞고 만족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학생 직무능력 향상 및 구직활동 지원에 학교 및 교직원 모두의 역량을 모아 지원해야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학생 중심의 교육 활동에 놓여야 할 것이다. 교사는 학생 역량을 키우도록 헌신하고, 학교 행정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적극 지원하며, 학부모와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를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이 교장으로서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 교직에 재직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교직생활을 돌이켜 보면 기억에 뚜렷이 남는 수없이 많은 일이 있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을 꼽으라면 교직을 시작한 6개월 만에 내촌중학교에서 3학년 여학생반 담임을 맡으며 첫 제자들과 고락을 함께 한 일이다. 봄철에는 산나물을 캐고, 여름이면 냇가에 철엽을 나가며, 가을이면 밤 주우려 야산을 누비고, 겨울에는 산토끼 몰이까지 소중한 학생들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들은 지금 생각해봐도 내게 내려진 축복이었다. 대처라고 부르던 의정부여고에 진학시키고자 밤늦게까지 특별지도를 하고, 진학을 포기한 학부모를 설득해 진학시키는 등 무모할 정도로 의욕에 넘쳤던 첫 담임의 나날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제자들과 함께 보냈던 소중한 추억은 지금도 교육에 대한 나의 열정을 지펴주는 귀중한 자산이며, 교사로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긍지를 갖게 한다. 지금까지도 찾아오며 안부를 나누는 제자들과 쌓아가는 하루하루는 교사에게 주어지는 무엇보다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 교육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교장선생님의 견해를 말씀해 주시죠?
특성화고등학교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것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특성화된 학과명이 신입생 모집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학과명만으로는 어떤 교육을 하는지 기업에서 알기 어려웠고, 학생들의 요구를 지나치게 반영한 교육내용이 산업 현장에 적용시키기에는 적절치 않은 일이 빈번하였다. 학교 교육과 산업체의 이러한 불일치를 줄이고, 산업체가 요구하는 기초교육에 충실한 교육으로의 전환이 NCS 교육과정의 도입이다.
다만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와중에 특성화고의 현실이 완전히 반영되지는 못하였고, 충분한 의견 수렴 및 검토 없이 내년도 특성화고 신입생부터 서둘러 전면 도입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변화에는 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국책사업의 근본 취지에 맞게 인력수급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능력중심의 사회로 변화하는 첫걸음이 NCS 도입이라면, 쉽지 않더라도 정착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현장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여 지역 여건과 학교 특징을 살리는 NCS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국가와 시도교육청은 NCS 교육과정 적용을 위한 기자재 및 실습시설 확충 재원을 적기에 조달해야 할 것이다.
- 하고 싶은 말씀은?
마이스터고등학교는 산업수요 맞춤형 특수목적고등학교로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전공 능력과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받아 미래 명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선도학교이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기숙사 운영비, 밤늦도록 이루어지는 방과후교육비, 24시간 소요되는 관리비, 각종 프로그램 운영비 등이 일반 특성화고등학교보다 2배 이상 들어가게 된다. 마이스터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예산에서 이러한 경직성 예산 비중이 크므로 적정규모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교육성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는 20% 이상 예산이 삭감되었고, 또한 특성화고 균형 발전을 이유로 예산공모사업에도 제한을 받게 되어 운영에 큰 어려움이 있다.
마이스터고가 고졸 취업자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산업체에 맞춤 인재를 제공하여 고졸 채용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사회에 전파시킨 바가 큰 만큼, 앞으로도 그에 어울리는 성과를 얻기 위해 적절한 예산 지원과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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