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감염병 유행 기간에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 숙박시설 등을 동원할 수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병상과 생활치료시설 마련을 위한 긴급동원조치에 돌입하기로 했고 경기대학교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 긴급 통보에 경기대는 ‘여러 가지 우려되는 것’을 우선은 뒤로 하고, 내부 회의를 거쳐 경기도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학생들이 19일까지 퇴실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순간에 주거지가 사라진 학생들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통보’라며 당황스러움을 표시했지만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협조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퇴실을 실시했다.
대학교 기숙사까지 동원해야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의견 조정에 있어 잡음이 들려오는 듯 했지만, 이 지사의 “미안합니다” 한 마디에 경기대와 경기대 노조, 경기대 교수회, 학생회 등은 경기도의 이 조치를 받아들이고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경기대 기숙사만을 동원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대에 이어 서울시와 서울시립대가 학생들에게 기숙사 퇴거를 22일까지 완료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당장 방을 구해야 하는 학생들, 계절학기 신청을 해놓고 이도저도 못하는 학생들이다. 마음이 급한 학생들은 서울시와 서울시립대에 문의했지만 이렇다할 답변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서울시립대는 560명 중 270명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부터 통학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앞길이 깜깜하기만 하다. 학생들은 “학생 의견이 배제된 채 모든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학생들은 1년 동안의 제대로 된 수업조차 듣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그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도 없고 각 대학과 교수진은 그래도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장학제도를 마련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대면 수업의 질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년간 학내 활동 금지, 등록금 감면 등 여러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명확한 보상책 없이 또다시 희생이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한의 주거권’이다. 기숙사를 치료센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 학생들은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앞서 경기대가 현수막으로 응했던 것처럼 학생들은 사회의 흐름에 응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사례야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인다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사례도 이런 식의 일방적 통보로 이뤄져선 안 된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학교에선 누가 가장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내놓는 것이 하루 만에 퇴거 명령을 하는 등 ‘일방적인 희생 강요’라는 비판에서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와 교육당국, 서울시는 학생들의 외침을 듣고 임시 주거지, 보상책, 교통비 등 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하고 학생들의 희생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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