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는 이미 올해 첫 중간고사를 치렀다. 통상 1년에 4차례 걸쳐 시행하는 정기고사는 대입 성적에 비중이 크다. 그래서 교사와 학생은 정기고사 날짜가 다가오면 극도로 긴장하고 온통 시험 모드(Mood)로 전환이 된다. 출제하는 교사는 문항의 오류가 없도록 철저를 기함은 물론 난이도를 조정하여 학습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서 저마다 고득점을 하여 내신 성적을 관리하기 위한 대책에 돌입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교과교육이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진도 나가기만 집중하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잠시 중간고사 전의 교실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시험 날이 다가오면 어느 순간 이후부터 각 학년 교실에서는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은 쥐 죽은 듯이 책과 노트에 코를 박고 몰입해 있다. 그동안 저마다 ‘진도 빼기’ 수업에 몰두한 터라 이미 진도를 마치고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은 엄두조차 내기 힘들게 ‘진도 앞으로!’ 구호를 외치며 나갔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교과서와 노트를 펼치며 배운 내용에만 몰입해 반복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학업성취도를 달성할 것인가? 정해진 범위의 진도에 만족하고 그것을 정규수업 내에서조차 반복해서 암기하는 것이 얼마나 교과교육을 전반적으로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왜냐면 학생들은 시험 실행 직후에 이렇게 공부한 것을 즉시 잊어버린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또한 채점을 통해 드러나는 학업성취도의 결과는 극명하게 차이가 나타난다. 신기하게도 점수로 줄 세우기 편하도록 결과를 보여준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학업성취도는 상하위권이 분명하게 드러나 중간 그룹의 실종을 보여준 바를 필자는 이미 칼럼에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대체로 하위그룹의 결과가 더욱 두텁게 드러나고 있다. 과목별 중간고사 채점 결과는 평균 점수의 하락이 두드러진다. 물론 거기엔 하위그룹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각종 언론매체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다. 혼자서 불안전한 이해를 기준으로 기초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은 중학교에서의 학습 결과가, 2~3학년은 작년의 줄어든 수업 일수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집중도와 이해력의 부족이 축적되어 그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서 온라인 수업은 학력 격차, 학력 저하의 주범이라고 비난의 소리가 드높다.
지금 우리의 학교는 내신 공부만을 위한 진도 맞추기, 그리고 그 진도에 따라 실속 없는 무한 반복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교육목표 달성, 성취도 향상에 효과가 없다. 오히려 개인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여기엔 경제적 여건이 있는 가정에서는 개인 과외나 학원 수강으로 더욱 앞서가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뒤처지는 결과를 보인다. 2020년 교육부의 통계에 의하면 전체 사교육비는 코로나19로 전년에 비해 다소 떨어졌으나 사교육 참여자의 경우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곧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의미다.
이제 학교에서는 단지 진도를 위한, 진도에 의한, 진도의 수업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교육의 패러다임은 획일화에서 다양화를 거처 개별화로 넘어가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진도를 나가는 수업지도는 대다수 학생을 낙오시키는 19세기형 교육체계다. 여기에 온라인 수업의 획일화된 진도 빼기는 또 하나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적어도 교실에서는 진도를 마쳤다고 무조건 일제히 반복시키기 보다는 개별화된 맞춤형 학습을 기반으로 성취도를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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