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노조 사무실 제공문제를 놓고 서울시교육청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시교육청이 예산 10억 원 가량을 들여 교육청 소유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이를 전교조 서울지부에 무상(無償)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알려져 지면서 부터다. 시교육청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 곽노현 교육감이 이를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해 상반기 서울교육청과 단체교섭을 할 때부터 "옛 수도여고 건물(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부를 노조 사무실로 달라"고 요구해 왔다. 현재 옛 수도여고 건물은 서울시교육청 소유다.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은 동작구 사당동에 있지만, 서울지부는 사무실(595㎡·180평) 관리비가 매달 500만 원 정도 나오고, 위치가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는 등의 이유로 옛 수도여고 건물을 요구해 왔다. 현재 사당동 사무실 전세 보증금 11억원도 서울교육청이 지원하고 있다.
옛 수도여고에는 교사동(棟) 4개가 있고 이중 1개동을 전교조 사무실로 사용케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곽 교육감은 옛 수도여고 건물을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작년 2000만~3000만 원을 들여 안전진단 검사를 했다. 맨 처음 전교조가 요구한 제1교사동(2783㎡)은 안전 등급이 매우 낮은`D등급`이 나왔고 리모델링 비용도 3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곽 교육감은 제1교사동이 여의치 않자 안전 등급 C등급이 나온 제3교사동(980㎡)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라며 올해 초 직원들에게 다시 지시했다. 3교사동을 리모델링하는 데는 약 10억 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청사를 이전하게 되면 어차피 건물을 다 철거하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지금 전교조를 위해 십 몇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는 것은 예산 낭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가 옛 수도여고 부지에 눈독을 들인 것은 곽 교육감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교육청에 입성했다는 상징성을 노려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시의원들까지 가세해 시교육청을 압박하기도 했다. 곽 교육감도 여러 차례 관계자들을 채근했다고 한다.
전교조가 시교육청 건물을 지부사무실로 사용하면서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는 서울종로구소재 시립 어린이 도서관 건물을 사용하면서 시교육청과 대립했다. 1999년부터 사무실로 써왔던 전교조는 시교육청의 퇴거 명령에도 불구, 사무실 사용을 고집하다 법원으로부터 강제 퇴거 명령까지 받은바 있다.
시교육청이 국민세금으로 전교조에 사무무실 제공하는 하는 것은 건전한 노조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노동조합이 사측으로부터 운영 자금을 제공받는 행위는 엄밀한 의미에서 노조활동을 스스로 제약하는 수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당당하게 독자적인 운영을 하기보다는 사측이 제공하는 편의에 안주하는 행위가 진정한 노동조합의 모습인가는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가 시교육청에게 특정 건물을 지목하며 사무실을 내놓으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처사는 후안무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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