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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진영의 일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장만채 전남교육감이 구속됐다. 곽노현 교육감에 이어 진보진영에서는 두 번째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여겨온 진보진영으로서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전남에서 현직 교육감이 구속되기는 2001년 10월 전남교육정보화사업과 관련해 업자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고 구속된 정영진 전 교육감에 이어 11년만이라고 한다.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장 교육감은 순천교도소에 수감됐다. 장 교육감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가법상 뇌무과 업무상 횡령,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 등 4가지다. 장 교육감이 구속됨에 따라 전남교육청은 김원천 부교육감이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장 교육감은 2010년 6월 교육감 취임 이후 의사인 고교 동창생 2명의 신용카드를 받아 각각 3,100만 원과 2,900만 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산학협력업체로부터 2차례 받은 학술기금 4,000만 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교사인 친구 부인 전보인사 편의와 관선이사 선임, 자녀의 특성화 중학교 입학 등을 청탁의 대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순천대 총장 재직시인 2007년 11월 관사구입비 1억500만 원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고, 빚을 같은 데 쓴 뒤 2010년 6월 반환한 것에 대해 배임혐의를 적용했다. 장 교육감은 이밖에 교과부가 고발한 대외활동비 7,800여만 원 부당사용과 교직원 기성회 수당 인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인정받은 곽 교육감에 이어 장 교육감마저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지방교육자치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를 가질 것 없이 모두가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주고 받고, 당선된 이후에는 직위를 이용, 부당한 인사를 저지르는 행위가 계속되는 것에 국민들을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그가 교육감직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이 진보교육감 진영을 겨냥, 무리하게 구속을 밀어붙였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고도의 직업윤리가 요구되는 교육감이 지켜여할 금도를 넘어섰다면 변명의 여지는 없다.

비록 막대한 자금을 요구하는 선거를 치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또는 자신도 모르게 부당한 돈을 접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에게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행 교육감 선출방식을 '성녀가 되기 위해 잠시 몸을 파는 창녀가 되기를 요구하는 제도'라고 혹평하는 비판론자들로서는 이번 사태가 교육자치제를 손볼 호기로 삼을 지도 모른다. 교육자치를 일반자치에 흡스하려는 사회일각의 집요한 시도에 탄력을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말 정신 바짝 차지리 않으면 2014년 이후 한국의 교육자치가 어떤 위기를 맞게 될 지 모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