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은 지난 4월말부터 5월20일까지 대졸자 35명에게 이력서를 받아 개인별 학력·어학·자격증·연수 등의 이력 비용을 산정한 결과 1인당 평균 4269만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4,269만 원은 응답자 중 취업에 성공한 25명이 각자 2년8개월치 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35명이 등록금은 평균 2,802만 원이었다. 또 응답자 15명은 해외연수경험이 있었는데, 비용은 1108만 원이었다. 토익이나 컴퓨터활용능력시험자격증 취득을 위한 ‘응시료’로 지출한 금액은 평균 59만 원이고, 학원수강, 교재비 지출 등 사교육에 쓴 비용은 평균 112만 원이었다. 응시자들은 아홉 차례 시험을 치렀다.
청년유니온은 “이 비용은 조사대상자 중 취업에 성공한 25명의 평균급여를 기준으로 하면 32개월간 급여를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도 매우 흥미롭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과잉학력으로 인한 1인당 기회비용은 1억 2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조 원에 달했던 사교육비까지 더하면 우리사회 전체가 불필요한 고학력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만 40조 원을 육박한다.
고졸 취업을 장려하자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고졸 취업자는 대졸 취업자보다 상대적으로 고용율이 낮고 임금 또한 4년제 대졸자의 8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런 과잉 진학열을 현실에 맞게 낮추면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과잉 학력자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취업을 할 경우 GDP 성장률이 1.01%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력보다는 능력 중심의 일자리 개발과 고용, 지나치게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력 인플레가 사회적 문제를 넘어 경제성장을 갉아먹는 현실이라면 개선이 시급하다.
최근 대기업과 은행 등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이 확대되면서 대학진학 대신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서 업무에 맞는 학력과 스펙을 요청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말만으로도 충분한 업무인데도 너도나도 영어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관행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학력(學歷)이 아니라 학력(學力)으로 대접받는 문화를 조성하고, 임금과 승진 등에서 대졸-고졸간 격차를 해소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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