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이 최근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초중고등학교에 설문조사 공문을 보냈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등 웃지 못 할 헤프닝이 벌어져 일선 학교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달 11일 도교육청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학급 내 학교폭력 미리 살피기’라는 제목의 설문지를 각 학교에 배포했다.
설문지에는 학생들의 소속 학교, 학년, 이름, 성별 등 자세한 사항을 기재하게 돼 있었으며 결과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지난달 22일 수정된 설문지를 다시 각 학교에 배포했다. 학교는 공공기관이므로 설문을 무기명으로 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적용돼 학생들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설문지에는 설문 당사자의 동의 절차가 빠져있던 것이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지난달 27일 수정된 설문조사도 중단하라고 다시 공문을 보냈다. 도교육청은 설문 내용이 너무 직접적이고 과도해 학생들을 낙인찍는 우려가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도교육청의 근시안적 행정에 학생들과 교사들은 혼란을 겪었다.
일선 교사 A씨는 “경기교육청으로부터 갑작스런 학생 맞춤형 기초 설문조사 및 통계자료 제출 중단 알림 공문을 받아 학교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대부분 보고가 완료된 시점이라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사 B씨도 “이번 설문조사는 학교 및 지역별로 학교 폭력을 사전에 파악해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교육청에서 처음부터 무기명으로 설문을 했어야 하는데 일선 교육현장 상황을 간과한 무책임한 행정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인권옹호관제도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아 생긴 일 같다”며 “앞으로는 시·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옹호관의 사전의견을 받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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