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총리까지 나서 다양한 방책을 내놓았으나 여론은 그정도 가지고 되겠는냐는 혹평을 쏟아냈다. 백화점식 나열만 눈에 띌 뿐 뚜렸한 약효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대책이 가해학생의 처벌 중심에 얽매이면서 학교폭력 예방이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치유방안은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은 아픈 대목이다.

사실 학교폭력의 원인과 실태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충분히 아려진 만큼 국민들의 시선은 얼마큼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느냐에 달려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정부 대책에 너무나 허점이 않았다. 더욱이 학교폭력 발생 때 학교장과 교사들을 문책하겠다는 발상은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돌리려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서울 모중학교 교사를 학교폭력 대치 미흡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것은 심각히 우려할 사안이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폭력 발생의 모든 원인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교조는 "정부당국이 학교폭력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하기 위해 무리하게 여론재판의 과정을 만들고 있다"며 "이는 교권침해를 넘어 교사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번 조치로 교사들이 형사처벌, 민사상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기록 남기기, 동료교사와 반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 보여주기 등 절차와 과정에 대한 형식적 대응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피해학생의 인권과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총도 경찰서를 방문해 항의서를 전달했고 지난 9일 오전에는 안양옥 교총 회장이 직접 서울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이번 경찰 수사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교총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교육적 노력과 지도, 인내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까지도 경찰이 자체적 판단에 따라 사법처리를 하면 교원의 사기는 저하될 것"이며 "학교폭력문제에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야하는 교사의 교육활동은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교사에게 잘못이 있다면 당연이 벌을 받아야 겠지만 사실관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덜컥 교사부터 입건하고 보는 경찰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