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교과부는 작년 사교육비 총액이 20조12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7452억 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 사교육비는 7.2%나 줄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학생 수가 24만9000명 감소한 만큼 사교육비 총액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통계에서 빠져 있는 방과 후 학교, EBS 교재 구입 등 사교육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실질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말을 믿기 어렵다.

1인당 월 사교육비 월 24만 원이 지난해와 같다는 통계는 착시를 일으킨다. 이는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까지 모두 포함해서 계산한 평균값일 뿐이다. 작년 사교육 참여율(71.7%)을 감안해 실제 사교육을 받은 학생 1인당 비용을 구하면 33만4000원이 나온다. 이는 발표된 수치보다 39%(9만4000원)나 많은 수준이다. 작년 사교육 참여율은 1.9% 줄어들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만 따지면 1인당 비용은 오히려 2.6% 늘어난 셈이다.

사교육의 폐해는 엄청나다. 가계 소비지출 중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에는 1.5%에 그쳤으나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여 2003년 6.9%, 2007년 7.5%로 높아졌고, 2009년에는 8.4%나 되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15%는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부업을 한다. 과도한 사교육은 학생들의 잠을 빼앗아 불행에 빠뜨린다. 통계청의 ‘우리나라 고3의 특징(2010·12)’에 의하면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5.4시간이고, 하루 11시간 동안 공부한다. 사교육 내용도 선행이나 반복 학습으로 창의력의 성장을 막는 역효과를 가진다.

과도한 사교육은 빈부격차를 대물림하고 지역간 격차를 고착시킨다. 소득 700만 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8만 원, 사교육 참여율은 89%인데 100만~200만 원 가구는 10만원, 참여율은 50.7%이다. 또 학생 1인당 사교육비와 참여율이 서울 32만 원, 77.5%인데 비해 읍·면지역은 16만 원, 65.4%에 불과하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은 유능한 인재들을 사교육산업에 머무르게 해 인력의 생산적 이용을 저해한다. 사교육분야 종사자수는 2009년 현재 35만 명에 달하고 초·중·고 교사수와 거의 맞먹는다.

정부 말대로 방과후학교 참여율을 높이면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까?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55.6%인데 소득이 높아질수록 참여율이 낮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투자비용 대비 성적향상 효과에 대해 학부모들의 87%는 일반 사교육을 신뢰하고 13%만 방과후학교를 믿는다. 방과후학교는 일반 사교육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열등재로 인식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사교육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양극화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가 50% 이상이고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은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부모들은 무리한 액수의 사교육비를 부담해서라도 자녀들이 상위권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얻도록 발버둥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 학교교육 부실은 23%이고 정부의 입시정책, 부모들간의 경쟁심리, 자녀에 대한 과도한 집착, 사농공상 중심의 사회가치관 등 양극화에 따른 것이 74%로 압도적이었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