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올해 처음 실시한 고졸 공채에 2만2000여명의 고교생 지원자가 몰리는 등 대기업과 금융권이 주도하는 고졸 공채 열풍이 불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27일 고졸 공채 접수를 마감한 결과 고교 3년생 공채의 경우 500명 모집에 1만4,006명이 지원해 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남학생 8,949명, 여학생 5,057명이 각각 지원했다. 고교 2년생을 대상으로 한 채용 전제형 인턴 모집(700명)에도 8,060명(남학생 5,123명, 여학생 2,937명)이 지원해 1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고졸 채용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은 올해 처음으로 그룹이 총괄하는 고졸 공채를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은 올 상반기 600명을 고졸 공채로 뽑기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채용 절차에 들어갔으며, 지원자가 2만명 가까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은행·우리은행·농협 등 금융권에도 고졸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금융권 최대 규모인 고졸 행원 200명을 신입 행원으로 선발한다고 밝혔고, IBK 기업은행도 지난해 고졸사원 67명을 뽑은 데 이어 올 상반기 1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48명을 고졸 사원으로 채용한 산업은행은 올해 8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참으로 다행스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학력인플레가 만들어내는 고급인력 과잉을 해소하지 않고는 해결이 안 된다. 다들 간판을 따려고 일단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식이니 대학을 마친 다음에는 취업하기 위해 긴 줄을 서게 되는 것이다. 대학 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2011년 일반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2010년(81.5%)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그래도 75.8%로 여전히 높다. 재수생 진학자가 없었다면 80%에 육박했을 것이다. 심지어 전문고 졸업생들도 71.1%(2010년 기준)가 대학에 가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정작 대졸자 취업률은 겨우 절반 수준이다. 2011년 47만명을 넘는 대졸자(전문대 포함) 가운데 취업자는 24만여명으로 취업률이 51.0%밖에 안 된다. 그나마 전년보다 3.2%포인트 높아진 게 그렇다. 이러니 고급 실업자가 계속 쌓인다. 지난 2월 현재 전체 실업자 중 20대 비중이 31.2%로 가장 높고, 30대가 19.3%로 뒤를 잇는 상황이다.
고졸 채용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분석을 통해 고졸, 대졸 등 학력에 따른 일자리를 제시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졸에 적합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직장 내 상시 재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학력 간 임금 격차도 줄여야 한다. 학부모들도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자녀들의 능력과 적성에 맞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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