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세원고등학교 교감
다소 불편한 진실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 교실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수업에서 배움을 얻는 주체가 누구일까? 당연히 학생이라 생각하고 이 질문 자체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연구한 교육학자(들)은 결론적으로 학생이 아니라 교사라고 대답한다. 즉, 학교에서 배움을 얻는 주체가 수업을 듣는 학생이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라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다. 이 말에 많은 학부모는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힘들게 가르치는 자녀가 학교에서 별 배움이 없이 오히려 교사를 가르치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할까?
학교의 임무는 두말할 필요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문가이다. 우리는 교사의 가르침의 결과로 학생들이 배움을 얻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런데 실제로 학생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배움을 얻고 있을까? 이혜정(2021) 교수는 『대한민국 시험』이란 책에서 학생들의 교감 신경계가 불활성화(각성, 집중, 흥분, 긴장 등이 거의 없는 상태)되는 두 가지 실험 연구의 결과를 밝혔다. 학생이 수업을 받을 때는 TV를 볼 때와 비슷한 정도로 교감 신경계가 불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잠을 잘 때보다도 더 멍한 상태(소위 멍때리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즉, 집중하고 긴장한 상태이기는커녕 TV를 볼 때처럼 각성이 거의 없는 상태로 교실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에릭 마주르(Eric Mazur) 하버드대 교수는 “이 실험에서 학생이 받은 수업은 교수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수업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코 교수가 설명을 잘못해서 학생이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사한 사례로 아이오와 주립대 샤나 카펜터(Schana K. Carpenter)교수의 연구팀의 실험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일한 수업 내용을 가지고 교수가 자신 있는 태도로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유창하게 말한 수업과 교수가 소극적 태도로 책에 코를 박은 채 어수룩하게 말한 수업의 결과는 학생들의 선호도의 차이는 있지만 막상 시험을 치르니 수업 내용을 기억하는 정도는 엇비슷했고 결과 또한 낮았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수업 즉, 학생들이 교사가 말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업이라면 그 교사가 말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습 효과 또한 극히 낮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방적 수업 그 자체에 문제가 있음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단연코 확실한 교훈을 얻게 된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은 이른바 가성비(효율성)가 극히 낮은 것이며 이는 현재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 매우 익숙한 수업방식으로 널리 알려진 불편한 진실이다.
문제는 일방적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업 후 머릿속에 남는 것은 단순한 지식들과 주입된 논리들뿐이다. 이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반복적 인지 기술’과 ‘중하위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에 불과할 뿐이다. 특히나 2020~2021학년도 우리의 학교 수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의 일방적인 방식–주입식, 전달식-으로 회귀하였다. 등교 수업도 마찬가지다. 단지 전달식, 진도 나가기식으로 교사의 일방적인 수업이 대부분이다. 이는 어찌 보면 과거부터 전해오는 ‘가장 좋은 공부법은 남을 가르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실제로는 학생과 교사의 역할 전도만이 남을 뿐이다. 수업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런 방식에서 배움을 얻는 것은 교사이지 결코 학생이 아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학생들의 배움이 교실에서 실종되었다. 교사가 배움을 꺼내고, 학생은 배움을 가두는 현상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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